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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대지 않은 사이트에도 만료일은 돌아온다

브라우저 쪽 달력이 먼저 움직인다

2026년 3월 15일부터 발급되는 웹 인증서는 유효기간이 최대 200일이다. 그 전까지는 398일이었다. 이 한도는 2027년 3월 15일에 100일, 2029년 3월 15일에 47일로 더 줄어든다. 브라우저 회사와 인증서 발급기관이 함께 정하는 공통 기준(CA/Browser Forum의 TLS 기본 요구사항)에 날짜까지 이미 박혀 있다. 인증서는 주소창 자물쇠를 만드는 파일이고, 이게 만료되면 방문자는 사이트 대신 경고 화면을 먼저 본다.

1년에 한 번 챙기면 되던 일이 반년에 한 번이 되고, 몇 년 뒤에는 한 달 반에 한 번이 된다. 사람이 손으로 갱신하는 방식은 이 주기를 오래 못 버틴다. 자동 갱신을 걸어 두는 일, 그리고 갱신이 실패했을 때 그 알림이 누구 메일함으로 가는지 정해 두는 일이 유지보수 계약의 첫 줄이 되는 이유다.

앱에도 같은 종류의 달력이 있다. 구글 플레이는 2026년 8월 31일부터 새로 올리는 앱과 기존 앱의 업데이트가 안드로이드 16(API 레벨 36) 이상을 대상으로 만들어져 있어야 한다고 못 박아 두었다. 이미 올라간 앱이 내려가지는 않는다. 다만 안드로이드 15(API 레벨 35) 미만을 대상으로 남아 있으면, 그보다 높은 버전을 쓰는 기기의 새 사용자에게는 스토어 목록에서 아예 안 보인다. 준비가 늦은 경우 콘솔에서 기한을 11월 1일까지 미뤄 달라고 신청하는 경로가 열린다. 기능을 하나도 안 늘려도 이 작업은 매년 돌아온다.

하자보수와 유지보수는 계약서의 다른 칸이다

하자보수는 만들어 준 것이 약속대로 안 돌아갈 때 만든 쪽이 고쳐 주는 일이고, 유지보수는 잘 돌아가는 것을 계속 돌아가게 두는 일이다. 계약서에서 이 둘은 보통 다른 조항에 앉는다. 하자를 책임지는 기간은 검수를 마친 날부터 세고, 그 길이와 범위는 계약마다 다르게 적힌다.

정작 다툼이 생기는 자리는 기간이 아니라 “하자”라는 단어의 뜻이다. 판정 기준이 계약서에 없으면 발주자는 안 되는 것이 전부 하자라고 보고, 개발사는 문서에 없던 것이 전부 추가 작업이라고 본다. 둘 다 자기 말이 맞다. 그래서 기준이 될 문서를 계약서가 이름으로 가리키게 해 둔다. 화면 설계서든 기능 목록이든 상관없다. 처음 합의한 그 파일대로 안 돌아가면 하자, 그 파일에 없던 것을 새로 원하면 추가 작업. 양쪽이 같은 파일을 펼치기만 하면 이 대화는 한 번으로 끝난다.

”언제까지 고쳐 주나요”에는 답이 두 개 필요하다

연락을 받고 확인했다고 알리기까지가 응답 시간이고, 실제로 정상으로 돌려놓기까지가 복구 시간이다. 계약서에 “24시간 이내 대응”이라고만 적혀 있으면 대개 앞의 것만 약속한 것이다. 답장은 한 시간 만에 왔는데 복구가 사흘 걸려도 계약을 어긴 게 아니다.

시간을 세는 방식도 갈린다. 평일 근무시간만 세는지, 달력 시간을 그대로 세는지. 금요일 저녁에 결제창이 멈춘 쇼핑몰이라면 이 차이가 주말 이틀이다. 그래서 상황을 등급으로 나눠 두는 편이 낫다. 서비스 전체가 멈춘 경우, 일부 기능만 안 되는 경우, 화면이 어긋났지만 쓸 수는 있는 경우. 셋으로 나누고 각각 응답과 복구를 따로 적으면 야간과 주말 대응을 정말 급한 등급에만 붙일 수 있다. 전부를 최고 등급으로 묶으면 그 부담은 결국 계약 전체 조건에 얹힌다.

정기 항목과 요청 작업을 나눠 적는다

월 단위 유지보수는 대개 한 달에 쓸 수 있는 작업 시간의 한도를 함께 정한다. 그러면 자연히 그 한도를 깎아 먹는 일과, 한도와 상관없이 매달 돌아야 하는 일을 갈라 적어야 한다. 뒤쪽이 정기 항목이고, 계약서에서 가장 자주 비어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 백업이 생기는지가 아니라 그 백업으로 실제 복원이 되는지 확인하는 일. 파일이 쌓이는 것과 되살아나는 것은 다른 확인이다.
  • 쓰고 있는 라이브러리와 서버 소프트웨어의 보안 업데이트. 아무도 안 만지는 동안에도 취약점 공지는 계속 나온다.
  • 도메인, 인증서, 외부 서비스 이용 계약의 갱신일 점검.

남은 시간은 요청 작업에 쓴다. 여기서 한 줄 더 정할 게 있다. 안 쓴 시간이 다음 달로 넘어가는지다. 넘어간다고 적어 두면 조용한 달에 아껴 뒀다가 개편이 있는 달에 몰아 쓸 수 있고, 안 넘어간다고 적어 두면 매달 쓸 일을 미리 찾아 두게 된다. 어느 쪽이든 적혀 있기만 하면 된다. 안 적혀 있으면 손해는 늘 발주자 쪽으로 간다.

계약서보다 갱신 달력이 먼저입니다

지금 유지보수 계약서가 한 장도 없어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위플의 사이트 관리 대행은 넘겨받은 서비스의 만료일을 한 장에 모으는 일로 첫 달을 씁니다. 도메인과 인증서, 스토어 계정, 결제 대행사와 외부 서비스 이용 계약이 각각 언제 돌아오는지 적고 나서, 무엇이 정기 항목이고 무엇이 요청 작업인지를 나눕니다. 월 단위로 무엇을 맡는지는 가격 안내에 적어 두었습니다. 만든 개발자와 이미 연락이 끊긴 상태라면 개발자와 연락이 끊긴 첫 주에 할 일의 순서를 먼저 밟는 편이 빠릅니다. 도메인 등록 메일이나 결제 내역 한 장만 있어도 그 달력의 첫 줄은 채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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