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
자동화할 일을 고르기 전에, 안 할 일부터 지운다
자동화하고 나서 더 바빠지는 경우
매주 두 시간씩 걸리던 정산 정리를 스크립트로 넘겼다. 스크립트는 잘 돈다. 그런데 월요일 아침마다 결과가 제대로 나왔는지 보려고 로그를 연다. 숫자가 이상하면 원본 파일을 열어 어디서 어긋났는지 찾는다.
일이 사라진 게 아니라 모양이 바뀐 것이다. 손으로 하던 두 시간이 확인하는 이십 분과 가끔 터지는 반나절로 나뉘었다. 평균만 보면 줄었지만 체감은 그렇지 않다. 예전에는 일이 끝나면 끝났는데, 이제는 끝났는지 확인해야 끝난다.
자동화 검토가 대개 여기서 어긋난다. 만드는 데 며칠 걸리는지는 다들 물어보는데, 만들고 나서 매달 몇 시간이 붙는지는 잘 안 묻는다. 견적이 오가는 자리에서는 앞의 숫자만 보인다.
빈도와 예외, 숫자 두 개면 판단이 선다
아끼는 시간은 한 번에 걸리는 시간과 한 달에 돌아오는 횟수를 곱하면 나온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한다. 빠뜨리는 건 뺄셈 쪽이다. 예외가 났을 때 사람이 들여다보는 시간, 대상 시스템이 바뀌어 고치는 시간, 결과가 맞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빼야 실제로 남는 양이 나온다. 이 뺄셈에서 가장 무거운 항목은 예외다. 열 번 중 두 번이 사람을 부르면 담당자는 여전히 그 일을 머릿속에 두고 살아야 하고, 절감은 시간이 아니라 손가락 몇 번으로 줄어든다. 예외가 잦은 일은 자동화 대상이 아니라 규칙을 먼저 정리할 대상이다.
빈도는 더 단순하다. 분기에 한 번 돌아오는 일은 한 번에 세 시간이 걸려도 자동화하지 않는 편이 낫다. 일 년에 네 번 쓰자고 만든 스크립트는 세 번째 실행쯤 이미 깨져 있다. 그때 고치는 시간이 손으로 하는 시간보다 길다.
깨지는 자리는 대개 남의 시스템이다
자동화가 조용히 죽는 이유는 코드가 낡아서가 아니다. 상대가 바뀌기 때문이다. 거래처가 보내주던 엑셀에 열이 하나 추가되고, 관리자 화면이 개편되고, 로그인에 이단계 인증이 붙는다. 내가 손댈 수 없는 쪽에 의존할수록 유지비가 붙는다.
그래서 후보를 고를 때 “지금 되는가”보다 “여섯 달 뒤에도 같은 모양인가”를 먼저 본다. 공식 API로 주고받는 일은 오래 간다. 화면을 읽어서 값을 긁어오는 일은 상대가 디자인만 바꿔도 멈춘다. 사내 시스템처럼 우리가 변경 시점을 아는 쪽은 그 중간이다. 같은 작업이라도 어느 문을 통해 들어가느냐에 따라 수명이 달라지고, 그 수명이 결국 본전 계산의 분모가 된다.
지울 항목부터 같이 봅니다
자동화하고 싶은 일이 여러 개라면 목록 그대로 보내주셔도 됩니다. 위플의 업무 자동화는 그 목록에서 뺄 것을 고르는 데서 시작합니다. 얼마나 자주 도는 일인지, 예외가 얼마나 끼어드는지, 남의 시스템에 얼마나 기대는지를 기준으로 후보를 줄이고 남은 것부터 만듭니다. 계산해 보니 자동화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결론이 나오면, 그것도 그대로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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