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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셀은 무거워지기 전에 먼저 어긋난다

시트는 값을 소리 없이 고친다

엑셀은 입력한 값을 그대로 두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기 문서에 자동 변환 네 가지를 적어 두었다. 숫자처럼 생긴 텍스트의 앞자리 0을 떼는 것, 15자리를 넘는 숫자를 15자리에서 자르고 지수 표기로 바꾸는 것, 알파벳 E가 낀 숫자를 지수로 읽는 것, 글자와 숫자가 이어진 문자열을 날짜로 바꾸는 것. 정밀도 한도가 15자리여서 16자리가 넘는 숫자는 15번째 자리 뒤가 0으로 내려간다는 설명도 같은 회사 문서에 있다.

이 변환에 걸리는 값은 회사마다 정해져 있다. 0으로 시작하는 전화번호와 우편번호, 앞에 0이 붙은 주문번호, 16자리 카드번호, 글자와 숫자를 섞어 만든 제품 코드다. CSV 파일을 열 때도, 다른 화면에서 복사해 붙일 때도, 찾아 바꾸기를 돌릴 때도 이 변환이 함께 일어난다.

문제는 이게 오류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셀에는 숫자가 얌전히 들어가 있고 합계도 나온다. 몇 달 뒤 그 파일을 시스템으로 옮기면 고쳐진 값이 그대로 넘어간다. 그러면 이번에는 새로 만든 쪽이 잘못됐다는 말이 나온다. 그래서 이관의 첫 순서는 옮기기가 아니라 대조다. 원본이 따로 남아 있는 값부터 몇 줄씩 뽑아 눈으로 맞춰 본다.

한도에 닿아서 옮기는 회사는 드물다

구글 시트는 한 파일에 1,000만 셀 또는 18,278열까지 담을 수 있다고 공식 도움말에 적혀 있다. 엑셀 워크시트 한 장은 1,048,576행과 16,384열이다. 주문을 하루 100건씩 받아 한 줄씩 쌓아도 이 숫자에 닿으려면 몇십 년이 걸린다. 용량 때문에 시트를 벗어나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다.

실제로 멈추는 지점은 파일 하나가 아니라 여러 파일 사이에 있다. 판정은 간단하다. 같은 질문에 두 파일이 다른 답을 내는가. 지난달 매출, 지금 남은 재고 수량, 이 손님의 연락처. 셋 중 하나라도 어느 파일을 여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면 그때가 옮길 시점이다.

사본은 게을러서 생기지 않는다. 같이 고치다가 한 줄이 날아간 적이 있으면 각자 복사해 두게 된다. 한 사람에게 일부만 보여 줄 방법이 없으면 그 사람 몫만 따로 떼어 내게 된다. 시트는 파일 단위로 열리니 열 하나만 가릴 수가 없다. 사본이 늘어난 회사는 대개 이 두 가지 중 하나를 먼저 겪었다.

시트를 그대로 옮기면 규칙이 빠진다

시트는 담당자가 눈으로 빈틈을 메워 주기 때문에 굴러간다. 이름이 비슷한 두 줄을 보고 같은 사람인지 알아보고, 빈칸을 보고 아직 안 들어온 값인지 해당 없음인지 판단한다. 시스템은 이 빈틈을 메우지 못한다. 대신 만들기 전에 묻는다. 답이 없으면 개발을 시작할 수 없다.

  • 한 줄은 무엇인가. 주문 한 건인가, 그 주문에 담긴 상품 한 개인가.
  • 같은 손님을 같은 손님으로 알아보는 칸은 무엇인가. 이름은 겹치고 전화번호는 바뀐다.
  • 비어도 되는 칸과 비면 안 되는 칸은 어디인가.
  • 지난 기록을 고칠 수 있는가. 고치면 누가 언제 고쳤는지 남는가.
  • 누가 입력하고 누가 보기만 하는가.

다섯 가지가 정해지면 나머지는 도구를 고르는 문제다. 정하지 않은 채로 만들면 두 달 뒤 사본이 다시 생긴다. 사람들이 시트로 돌아가는 이유는 시스템이 느려서가 아니다. 시스템이 받아 주지 못하는 입력이 매일 하나씩 생기기 때문이다.

옮길 자리와 남길 자리를 나눈다

여러 사람이 함께 고치고 기록을 남겨야 하는 것은 옮긴다. 주문, 재고, 고객, 예약처럼 어제 누가 무엇을 바꿨는지가 중요한 데이터다. 한 사람이 직접 계산해 보는 자리에는 시트가 더 낫다. 가격을 이렇게 바꾸면 어떻게 되는지, 이 조건으로 걸러 보면 몇 건인지 확인하는 일이다. 이런 계산까지 화면으로 만들면 개발 범위는 두 배가 되지만, 정작 담당자는 원하는 각도로 데이터를 보지 못한다.

그래서 옮긴 뒤에도 내보내기 기능은 남긴다. 시스템에서 조건을 걸어 CSV로 뽑고, 그 파일을 시트에서 계산한다. 시트를 없애는 게 목적이 아니라 시트가 원본 노릇을 그만두게 하는 게 목적이다.

바꾸는 날을 하루로 잡지도 않는다. 한동안 두 곳에 함께 입력하는 기간이 생긴다. 이때 어느 쪽이 정본인지 날짜를 박아 정해 둔다. 둘 다 정본이면 옮기기 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간다.

쓰던 시트를 그대로 두고 시작합니다

지금 쓰고 계신 파일 두세 장이면 첫 대화가 됩니다. 위플의 데이터 수집과 정리는 그 파일들을 나란히 놓고 열 이름부터 맞추는 일로 시작합니다. 값이 이미 고쳐진 자리는 어디인지, 한 줄의 단위가 파일마다 다른지, 지금 어느 파일이 정본 노릇을 하고 있는지 먼저 정리해 드립니다. 작업을 무슨 단위로 세는지는 가격 안내에 적어 두었습니다. 옮기기 전에 자동화부터 검토하고 계시다면 자동화할 일을 고르기 전에, 안 할 일부터 지운다의 순서를 먼저 보시는 편이 빠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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