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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봇 대신 사람을 부를 권리, EU 금융권에선 이미 법이다
고객 응대 챗봇을 외주로 맡길 때는 범위 문서에 두 칸을 따로 두는 편이 낫다. 하나는 이용자가 챗봇을 처음 만날 때 AI라는 사실을 알리는 자리이고, 다른 하나는 대화가 막혔을 때 사람에게 넘기는 길이다. 생성형 AI로 만든 챗봇이라면 알리는 자리는 한국 법이 이미 요구한다. 사람에게 넘기는 길은 유럽연합(EU)이 금융 계약부터 법으로 정했다. 영국에서는 소비자 단체가 이 길을 에너지와 통신까지 넓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온라인 금융 계약에는 사람을 요청할 권리가 붙었다
EU 지침 2023/2673은 원격으로 맺는 금융 서비스 계약의 규칙을 고쳤다. 새로 들어간 제16d조 3항은 사업자가 온라인 도구를 쓰는 경우를 다룬다. 소비자는 계약 전 단계에서 사람의 개입을 요청하고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정당한 경우에는 계약을 맺은 뒤에도 마찬가지다. 회원국은 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사람의 개입은 계약 전 정보를 안내한 언어와 같은 언어로 이뤄져야 한다[1]. 지침 전문(前文)은 이 권리가 챗봇, 로보어드바이저, 대화형 도구처럼 완전히 자동화된 온라인 화면을 겨냥한다고 설명한다[1].
회원국은 2025년 12월 19일까지 국내법을 마련하고 2026년 6월 19일부터 적용해야 했다[1]. 아일랜드에서는 2026년 7월 이 규칙이 법이 됐다. 사이먼 해리스 부총리는 소비자가 실제로 체감할 변화로 세 가지를 꼽았다. 자동화 시스템에만 기대지 않고 실제 사람과 이야기할 권리, 결정하기 전에 받는 더 분명한 정보, 더 쉬운 해지다[2].
사람과 연결되지 못한 이용자 가운데 14%는 해결을 포기했다
영국의 시민 상담 단체 Citizens Advice는 생활에 꼭 필요한 서비스를 파는 회사들에 고객 응대를 AI 챗봇에만 맡기지 말라고 요구했다. 에너지, 은행, 전화, 인터넷 회사가 그 대상이다. 요구의 핵심은 고객에게 사람과 이야기할 권리를 보장하라는 것이다[3].
단체가 내놓은 조사에 따르면 이용자 절반 이상이 챗봇 때문에 시간을 허비했고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문제 해결도 늦어졌다. 챗봇을 써야 했던 사람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도움이 안 됐다고 답했다. 챗봇이 "포기하게 하려고" 짜여 있는 것 같았다는 사람도 있었다[3].
사람과 연결되기 어려웠거나 끝내 연결되지 못한 이용자만 따로 보면 이렇다. 49%는 스트레스나 좌절을 느꼈고 27%는 무력감을 느꼈다. 44%는 문제 해결이 늦어졌고, 14%는 아예 해결을 포기했다[3]. 2026년 7월 이 단체의 의뢰로 영국 성인을 조사했을 때 챗봇을 가장 선호하는 연락 수단으로 꼽은 사람은 20%에 그쳤다. 전화, 이메일, 메신저가 모두 챗봇보다 앞섰다[3].
온라인 창구가 막히면 걸리는 시간도 크게 늘어난다. 잘못 나온 요금을 바로잡으려고 에너지 계량기 수치를 제출하는 일은 온라인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면 한 시간도 안 걸린다. 디지털 접근이 어려운 사람이 오프라인으로 처리하면 최대 6주가 걸렸다[3].
이 단체의 정책 책임자 톰 맥이네스는 "챗봇과 같은 자리를 빙빙 도는 건 짜증스러운 데서 끝나지 않고, 꼭 필요한 서비스를 막는 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챗봇이 맡을 몫은 있지만 대면 창구와 전화 상담이 소리 없이 줄면서 너무 많은 사람이 틈새로 빠지고 있다는 설명이다[3]. 영국 정부 대변인은 "기업에는 연락처 정보를 분명하고 쉽게 찾을 수 있게 제공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답했다[3].
한국 법은 사람 연결까지 요구하지 않는다
한국의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인공지능기본법)은 2026년 1월 22일부터 시행 중이다. 제31조 1항은 고영향 인공지능이나 생성형 인공지능을 이용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사업자에게 의무를 하나 지운다. 그 제품이나 서비스가 인공지능에 기반해 운용된다는 사실을 이용자에게 미리 알려야 한다[4].
이 조항은 고지를 요구한다. 사람 상담원에게 연결해 달라고 요청할 권리는 제31조에 없다. 고지와 표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대통령령에 맡겨 두었다[4].
범위 문서에 따로 적어야 할 두 자리
세 곳의 규칙을 챗봇 설계에 옮기면 따로 챙겨야 할 두 자리가 나온다.
우선 챙길 자리는 이용자가 챗봇을 처음 만나는 순간이다. 한국에서 생성형 AI로 만든 챗봇을 내놓는다면 이때 AI라는 사실을 미리 알려야 한다[4]. 알리는 방법의 세부는 대통령령에 맡겨져 있으니, 고지 문구는 코드를 고치지 않고도 바꿔 끼울 수 있게 두는 편이 안전하다.
나머지 한 자리는 대화가 막혔을 때 사람에게 넘어가는 길이다. EU에서 금융 상품을 온라인으로 파는 회사라면 이 길은 법적 의무다[1]. 조문을 설계에 옮기면 두 가지를 더 챙겨야 한다. 계약 전 정보를 독일어로 안내했다면 사람 상담도 독일어로 받아야 한다. 계약을 맺은 뒤의 화면에도 이 길이 남아 있어야 한다[1].
두 자리에 드는 개발비와 매달 나가는 운영비 이야기는 챗봇을 붙이면 계량기가 하나 늘어난다에 따로 적었다.
원문을 더 봐야 하는 자리
기사에는 Citizens Advice 조사의 표본 수와 조사 방식이 나오지 않는다. 단체의 보고서 원문도 찾지 못했다. 영국 정부가 이 요구에 제도로 답할 계획이 있는지도 확인하지 못했다.
한국 쪽에는 두 가지가 남았다. 인공지능기본법 시행령이 고객 응대 챗봇의 고지 방법을 어떻게 정했는지는 시행령 조문을 직접 봐야 한다. 한국 금융권에 챗봇 상담에서 상담원 연결을 요구하는 별도 규정이 있는지도 이번 조사로는 확정하지 못했다.
넘기는 조건을 화면 목록보다 먼저 적습니다
위플은 AI 기능 개발로 고객 응대 챗봇을 맡으면 화면을 그리기 전에 문서 두 장을 먼저 씁니다. 한 장에는 챗봇이 AI라고 알리는 문구와 그 문구가 뜨는 자리를 적습니다. 다른 한 장에는 어떤 대화를 사람에게 넘기는지, 넘긴 대화를 누가 받는지를 적습니다. 유럽 고객을 받는 금융 서비스라면 계약 전 안내에 쓰는 언어도 이 장에 함께 올립니다. 견적을 세는 단위는 가격 안내에 공개해 두었습니다. 이미 운영 중인 챗봇이 있다면, 대화창에 '상담원'이라고 쳤을 때 돌아오는 답 한 줄이 첫 자료가 됩니다.
참고문헌
[1] 유럽의회, 유럽연합 이사회. Directive (EU) 2023/2673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of 22 November 2023 amending Directive 2011/83/EU as regards financial services contracts concluded at a distance and repealing Directive 2002/65/EC. EUR-Lex, 2023-11-22.
[2] Stephen McDermott. Consumers can request to speak to human instead of chatbot under new financial services rules. TheJournal.ie, 2026-07-03.
[3] Robert Booth. Stop relying on AI chatbots for customer care, UK banks and energy firms told. The Guardian, 2026-09-21.
[4] 국가법령정보센터.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제31조(인공지능 투명성 확보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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